누군가 유럽에서 어느 도시를 가장 좋아하냐고 물어본다면 예나 지금이나 로마라고 단번에 말할 수 있다. 몇 년 전 악명 높은 떼르미니역 근처 한인민박에 묵었을 때도 좋았는데 심지어 이 호텔은 이번 이탈리아 여행 중 가장 만족스럽기까지 했다. 먼저 2박을 예약 한 뒤 나중에 1박을 추가해서 추가 예약건은 다른 객실에서 묵었는데 둘 다 각자의 매력이 있었다.
여행이란 늘 그렇듯이 변수가 발생한다. 온종일 비가 내리던 피렌체에서의 마지막 날을 뒤로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기차에 올라섰다. 휴식을 취하다가 구글 지도를 보니 어느새 빠른 속도로 로마에 거의 다 왔길래 급히 짐을 챙겨서 내렸다. 남은 건 버스를 잘 타고 숙소에 도착해 빨리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버스정류장을 찾다가 쎄한 느낌에 구글 지도를 다시 보니 급한 마음에 떼르미니역 한 정거장 전에서 내려서 호텔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다행히 조금 돌아가지만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길래 서둘러 탑승했다. 이번엔 착실하게 구글지도를 따라서 정류장에 잘 내렸고 호텔까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지만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며 거대한 캐리어를 끌었다.
호텔까지 왔는데 미처 로마에 또 온 감동을 만끽하기도 전에 두 번째 문제가 발생했다. 건물에 도착해서 올라가 보니 프론트 운영시간이 끝났으니 비상연락처를 남긴다는 안내와 함께 문이 닫혀있었던 것이다. 앞서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늦게 도착한 우리는 잠깐동안 멍하니 그 앞에 서있다가 전화번호를 들고 1층으로 가서 도움을 요청했다. 우연히 만난 같은 건물 2층 다른 호텔 직원분이(그곳 프론트는 운영 중이었다.) 대신 비상연락망에 전화를 해주셨고 "문을 그냥 밀어봐라. 그러면 그 안에 뭔가가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라는 모호하지만 어쨌든 답변을 얻고 다시 올라갔다. 문은 안 열렸지만 때마침 안에서 나오는 투숙객이 있어서 들어갔고 책상에 예약자의 이름이 쓰여있는 키와 쪽지가 있었다.
몸은 지칠 대로 지쳤고 이어지는 돌발상황에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음에도 처음 들어가 본 객실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일단 크기가 내부에서 축구를 해도 될 정도로 컸다. 책상, 소파, 침대도 큼지막했고 캐리어를 펼칠 여유공간도 차고 넘쳤다. 거기에 넓은 발코니에는 테이블과 의자도 있었고 바로 판테온이 보였다. 지내면서도 불편함이 없었는데 마음에 들었던 것 중 하나는 침대 옆에 충전 및 수납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양쪽으로 잘 마련되어 있어서 밤새 스마트폰, 애플워치, 보조배터리를 충전하기에 편했다.
조식은 직원 한 분이 옆에서 오믈렛 또는 스크램블에그를 선택하면 바로 만들어주고 커피도 내려주었는데 친절하고 맛있었다. 아침마다 크로와상을 들여오는데 종류도 꽤 다양했고 멜론 같은 과일도 달달하니 좋았다. 오믈렛은 집에서 해 먹던 계란말이와 똑같아서 친근한 가정식을 먹는 기분이었다. 사전에 신청하면 따로 아침을 포장해 주는 서비스도 받을 수 있는 것 같았다. 음식의 종류가 아주 많지는 않아도 이 정도 조식 퀄리티면 신청해서 먹을만하다.
2박을 만족스럽게 한 뒤 추가한 1박은 객실을 옮겼는데 또 한 번 감탄했다. 이번엔 발코니가 없는 대신에 복층인 룸이었는데 퀸사이즈 침대가 2층에 있어서 딱 잠자기 좋았고 대신 1층에는 싱글사이즈 침대가 있어서 여유공간이 훨씬 많았다. 소파도 더 커서 4인이서 숙박하면 한 명은 소파에서 자도 충분할 것 같았다. 화장실도 좀 더 큰 데 샤워하는 공간 분리도 더 잘되어있어서 샤워 후에도 세면대 쪽까지 물바다가 되지 않고 쾌적했다.
최종적으로 이 호텔에 대해서 정리하자면 체크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제외하면 룸 크기나 컨디션 모두 만족스러웠고 온수도 잘 나오고 와이파이도 빵빵했다. 위치도 도보로 판테온까지 3분 거리라서 어디로 이동해도 편리했다. 5분 이내에 로마 3대 커피 중 두 곳이 있고 트레비분수와 지올리띠도 10분 이내로 가까웠다. 성베드로성당은 도보로 약 25분 정도 거리인데 가는 길에 천사의 성도 보고 구경하면서 걷기 좋다. 버스정류장도 가까워서 콜로세움이나 떼르미니역까지 이동할 때도 편했다. 캐리어 끌고서는 바로 이동하기 쉽게 떼르미니역 근처에 숙박을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로마에서 2박 이상한다면 위치적으로도 이 호텔을 강력 추천한다. 다음에 로마에 다시 돌아오면 여기 또 묵고 싶다.
내용 | 숙박기간 2023/1/23-25(2박)+1/25-26(1박) 금액 303,852원 + 120유로 (city tax 10.5유로 별도) 예약처 아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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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 체크인 14:00-18:00 체크아웃 08:00-10:00 |
주소 Via dell'Arco della Ciambella 19, 판테온, 00186 로마, 이탈리아 |
구비품목 | O 슬리퍼, 생수, 드라이기, 엘리베이터, 냉장고 |
X 샤워가운, 욕조 |
총 평 | 프론트 운영시간이 좀 타이트하긴 하지만 장점이 훨씬 많음. 재방문 의사 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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