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를 여행했던 사람이라면 100명 중 99명은 티본스테이크를 먹고 왔을 확률이 높다. 그 중 99%의 사람들이 인생 티본스테이크를 외치며 다녀온 곳을 추천하는데 나 또한 몇 년 전 여행할 때 당시 최고였던 Zaza에서 먹고 그 맛에 반해서 두 번이나 방문했던 기억이 있다. 티본스테이크를 파는 레스토랑에도 트렌드가 있는지 요즘에는 마리오나 자자보다는 달오스떼에 더 많이 가는 것 같긴 한데 이번엔 소소하게 입소문이 난 Parione(파리오네)에 예약을 했다.
이탈리아까지 왔으니 모처럼 스프리츠를 시키고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메뉴판도 제대로 안 보고 두 명이서 뇨끼와 티본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스프리츠는 도수에 비해서 달달한 편이었고 색이 예뻐서 은은한 조명과 잘 어울렸다. 그다음에는 식전빵이 나왔는데 내가 살면서 먹어본 빵 중에서 탑에 들 정도로 맛있었다. 그저 퍽퍽한 게 아니라 오일과 소금을 곁들여 살짝 구워진 빵에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을 찍어서 먹으니까 그 풍미를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다. 이탈리아 그 자체였다. 다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맛에 취해서 식전빵을 싹싹 다 먹어서 너무 배를 채웠다는 것이다.
드디어 나온 메인요리 뇨끼는 맛이 진하고 트러플과 조화가 좋아서 맛있었다. 하지만 반쯤 먹다가 나온 주인공 티본스테이크의 비주얼을 본 순간 한정된 위장을 가지고서 더는 뇨끼에 포크를 댈 수 없었다. 티본스테이크는 처음 먹는 것도 아닌데 그 비주얼에 입이 떡 벌어졌다. 옆에 있던 현지인들도 쳐다볼 정도였다. 티본스테이크만 80유로였는데 양에 비하면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국에서 먹는다면 플레이팅 된 고기 두 덩이 정도만으로 5-6만 원 하는 메인 메뉴 한 접시일 것 같았다. 맛도 좋았다. 미디움레어인데도 질기지 않고 입에서 살살 녹았다. 양쪽 끝부분은 살짝 질기긴 했는데 그 부분을 제외하고 먹기에도 양이 많아서 불만 없이 맛있게 잘 먹었다. 게다가 같이 나온 감자는 또 어찌나 맛있는지 배가 불러서 고기 위주로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 손이 가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결국 따뜻할 때가 가장 맛있는 요리지만 최대한으로 먹고 남은 건 포장해서 다음날 조식 먹을 때 같이 먹었는데 식어도 맛있었다. 티본스테이크와 메뉴 하나정도 추가한다면 세 명도 아니고 네 명이 먹으면 적당할 양인 것 같다. 스프리츠 8유로, 뇨끼 26유로에 서비스 비용(SERVIZIO) 10%까지 추가로 붙는 어느 정도 가격대가 있는 곳이지만 모처럼 여행 온 만큼 여럿이서 와서 즐긴다면 분위기와 서비스, 요리의 퀄리티에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피렌체 중앙시장에서는 아주 가성비가 좋은 파스타를 먹었다. Pasta Fresca 1989라는 곳인데 가성비 좋은 맛집답게 줄도 길었다. 트러플파스타로 주문하고 소스나 다른 건 다 추천해 달라고 했는데 무작정 먹어보니 향이 엄청 진하고 맛있었다. 6유로짜리 파스타가 이렇게 퀄리티가 좋다니 피렌체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곱창버거도 먹을 계획이라서 하나만 주문했는데 토마토소스도 맛있어 보이고 다른 사람들이 주문하는 파스타 다 맛있어 보였다. 여기는 간단하게 점심 먹기에 정말 좋은 곳 같다.
피렌체 곱창버거는 워낙 명성이 자자해서 몇 년 전부터 먹고 싶었고 한국에서도 워낙 곱창을 좋아해서 한식 먹는 느낌으로 기대를 많이 했다. 냄새난다는 평도 좀 있었지만 기다리는 사람도 많았고 한국인들이 잘 먹는 레시피가 있길래 매운 소스도 반만 넣고 도전해 봤다. 그런데 중국에서도 4개월간 탈 한번 안 나고 잘 지냈었던 세월과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의 길거리음식도 문제없이 지냈던 경험이 무색하게 곱창버거는 한 입 먹고 더는 먹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 순대, 간, 허파, 돼지곱창, 소곱창, 막창 볶음 구이 할 것 없이 없어서 못 먹는 내가 이렇게 무너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억지로 먹지 않고 남긴 게 4.5유로의 가치보다 내 신상에 훨씬 이로운 것 같다. 잘 먹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있긴 했으니 약 5유로 정도는 도전하는 마음으로 투자해 볼 수 있다면 추천한다.
피렌체에 왔는데 주머니가 가볍고 시간이 없으면 Pasta Fresca에서 간단한 식사를 여유롭다면 Parione에서 식사를 하면 만족스러운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곱창버거는 개인적으로 강력하게 추천하지 않지만 경험하는걸 좋아한다면 한 입 정도 먹어보는건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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