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나라 이탈리아에서는 아무 데나 가도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Caffè Sabatino dal 1921에서 마신커피는 단언컨대 그저 맛있는 커피를 넘어선 인생커피였다.

피렌체의 1월 비가 오는 날씨는 예상보다도 추웠다. 원래는 사진 찍기 좋은 두오모뷰 카페 View on Art Rooftop Cocktail Bar에 가려고 했으나 아침에 조토의 종탑에 올라가서 본 장면으로 만족하고 몸도 녹일 겸 근처에서 구글 평점 괜찮은 카페를 찾아갔다. 점심식사 후 열두 시 반쯤 막 브레이크 타임이 끝났는지 아직 테이블과 의자 등을 정리 중이었고 10분이면 된다기에 구석에 자리 잡고 앉아서 오픈을 기다렸다. 내부 인테리어는 그리 멋스럽지 않았고 오픈준비는 생각보다 지체되어 갔다. 그냥 다른 곳에 갈지 고민도 했는데 비도 오고 귀찮아서 일단은 기다려보기로 했다. 드디어 메뉴판을 받았고 디카페인 카푸치노 한 잔과 그냥 카푸치노 한 잔을 주문했다. 그리고 커피 한 모금을 마시는 순간 우리는 동시에 감탄을 내뱉었다. 나는 "디카페인이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 거야?"라고 물었고 내 앞자리에선 "안 되겠다. 한 잔 더 마셔야겠어."라는 답이 들려왔다. 커피 세 잔에 8유로도 안 하는 값이었지만 추후 로마에서 유명한 3대 커피를 다 마셔본 뒤에도 이곳의 커피가 굳건하게 마음속 1위 자리를 지켰다.

피렌체의 대표 카페 질리처럼 고급진 분위도 아니고 환상적인 두오모뷰를 가진 곳도 아니지만 약간은 삐걱대고 느릿하게 오픈 준비를 하던 바리스타가 정성을 다해서 내려주는 커피는 이탈리아 여행을 통틀어서 최고로 남았다. 재주가 없어서 그 커피맛이 어떻게 특별했는지 제대로 묘사할 수는 없어도 내가 다시 피렌체에 오게 된다면 이 딱히 유명하지 않은 카페가 방문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은 분명하다.

감동의 인생커피를 만나고 몸을 좀 녹인 뒤 구경하다가 가죽제품 판매점에 들어갔다.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드는 바로 그 느낌의 공간이라서 다 멋지고 예뻐 보였다.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깔끔한 디자인에 색감도 유니크한 올리브색 지갑 하나를 구매했는데 그 가게의 장인도 아주 인상 깊었다. 둘러보는데 옆에 와서 말을 걸거나 영업을 하나도 하지 않았고 다 고르고 나서 지갑을 들고 갔더니 쿨하게 이거 살 거야? 오케이 이 느낌이었다. 자신이 손수 하나부터 열까지 만든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누구든 들어가면 알록달록한 가죽의 색감들과 장인이 정성을 쏟아부어서 만들어낸 제품들의 분위기에 이끌려 뭔가 하나는 사서 나오게 될 것 같지만 그저 한 번 구경을 하러 들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돌아다니다 보면 La Bottega del Tartufo라는라는 상점이 꽤 많이 보인다. 트러플 페스토나 오일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곳인데 시식해 보기도 좋고 묶음판매로 할인하는 품목도 많아서 기념품 사기에 적당하다. 대부분 유리병이라 무겁고 파손위험도 있어서 많이 쟁여가기엔 불편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는 품목은 플라스틱통에 담긴 트러플 파우더이다. 여행하다 보면 그 나라가 주는 분위기에 취해서 오일이나 페스토만 사가면 집에서 마치 현지에 돌아간 것처럼 요리를 잘해 먹을 것 같은데 귀차니즘이 심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파우더가 최고다. 짜파게티나 스크램블에그에 대충 톡톡 뿌려주면 특별한 요리가 아니어도 맛있음 + 향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매운맛, 치즈맛도 있는데 나는 오리지널 큰 사이즈로 구매했다. 매장이 곳곳에 있으니 눈에 띄는 곳에 가서 시식해 보고 취향대로 몇 개 구매하면 기념품으로 썩 괜찮게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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