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 가면 커피, 피자, 티라미수, 젤라또 등 꼭 맛보아야 할 것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로마에는 유독 3대 커피, 3대 젤라또처럼 콕 집어서 몇몇이 꼭 가봐야 할 명소처럼 소문나있는데 구태여 도장 깨기를 하지 않더라도 여행하다 보면 스쳐 지나가면서 한 군데는 들르게 된다.
로마의 3대 젤라또집은 지올리띠, 올드브릿지, 파씨이다. 각각 판테온, 바티칸, 떼르미니역 근처로 거리가 꽤 떨어져 있어서 구경하다가 가까운 곳에 들러서 먹으면 딱이다. 이번 여행에서 제일 먼저 먹어 본 곳은 판테온 근처 지올리띠였다. 여기는 먼저 돈을 내고 영수증을 가지고 가서 젤라또 맛을 고르고 받으면 되는데 나는 3유로짜리 영수증을 받아서 레몬, 쌀 두 가지 맛을 골랐다. 원래 상큼한 맛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 집 레몬맛은 진짜 미쳤다. 너무 달지도 않고 무작정 시지도 않고 인공적인 맛도 아니면서 상큼 그 자체였다. 결국 이 맛을 잊지 못하고 로마에서의 마지막 날 저녁에 와서 다시 한번 사 먹을 정도로 최고의 레몬맛 젤라또였다. 반면에 같이 선택했던 쌀맛과 마지막 날 다시 왔을 때 레몬과 함께 먹었던 피스타치오는 쏘쏘였다. 물론 맛있었지만 그렇게 특출 나지는 않았다.
피스타치오의 고소한 맛이 특출 났던 곳은 단연코 올드브릿지이다. 성 베드로 대성당을 보고 마침 생각이 나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올드브릿지에 들러서 2.5유로짜리 젤라또를 주문했다. 여기는 지올리띠보다 규모가 훨씬 작았고 분위기도 완전 달랐다. 금액은 비교적 저렴하고 양이 적은 대신에 한 가지 맛을 더 선택할 수 있었는데 피스타치오, 레몬, 딸기 이렇게 세 가지 맛을 선택했다. 아쉽게도 레몬맛의 상큼함은 지올리띠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피스타치오 맛은 먹자마자 "아 이거 뭐야?!" 하고 소리 내서 말할 정도로 맛있었다. 원재료 그대로의 고소한 맛이 미리 상상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입안 가득 퍼지는데 맛있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먼저 놀라버렸다. 피스타치오보다 더 피스타치오 같은 젤라또였다.
이번엔 못 갔지만 몇 년 전 먹어본 떼르미니역 근처의 파씨에서는 쌀맛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저 무난하게 맛있었다. 뭔가 기억에 확 남을 정도는 아니어서 이후에 포지타노나 피렌체 같은 이탈리아 다른 지역에서 지나가다가 사 먹은 젤라또들과 큰 차이는 없었다. 결론적으로 3대 젤라또를 모두 먹어본 내 마음속 1위는 지올리띠의 레몬맛 젤라또, 그리고 근소한 차이로 2위는 올드브릿지의 피스타치오맛 젤라또이다. 보통은 꼭 가야 하는 맛집리스트에 나와있는 유명한 곳 보다 우연히 찾은 현지 로컬 맛집에 더 감동할 때가 많은데 이번 로마여행에서 먹은 젤라또들은 명성에 걸맞은 퀄리티로 만족스러웠다. 특히나 다양한 선택지에서도 각각 가게마다 운 좋게 내 입맛에 딱 맞는 맛을 잘 골라서 행복했다. 상큼파라면 지올리띠에서 레몬맛을 고소파라면 올드브릿지에서 피스타치오맛을 강력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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