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먹물파스타/SUSO젤라또/Cafe Florian
베네치아는 오늘이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한다. 사실 몇 년 전 여름에 여행 왔을 때에는 너무 관광지 같은 느낌이 강해서 크게 마음에 남는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 기회가 생겨서 다시 오니 그때와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겨울이라 관광객이 좀 더 적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날씨가 별로 춥지 않아서 인지 몰라도 물도 많고 푸른 새벽 같은 빛의 분위기가 느껴져서 좋았다.
예전에 왔을 때는 뷰만 보고 레스토랑에 갔다가 바가지를 크게 당한 기억이 있는데 이번엔 인터넷에서 맛집을 좀 찾아가 봤다. 그런데 미리 구글 지도에 저장해 둔 Trattoria Bar Pontini에 가보니 너무 정신이 없었다. 예약손님이랑 웨이팅이랑 제대로 구분도 안되고 너무 바빠서 방치된 상태로 기다리다가 그냥 근처에 구글 평점 좋은 다른 레스토랑으로 갔다. 5분 거리도 안 되는 곳에 Trattoria alla fontana 라는 레스토랑인데 맛도 가격도 내부 분위기도 좋았고 무엇보다 사장님이 너무 친절하셔서 강력추천하고 싶다. 메뉴는 해물파스타와 먹물파스타를 시켰는데 해산물이 탱탱하고 신선했다. 먹물파스타는 색처럼 춘장소스 같은 맛이라서 짭짤했고 해물파스타는 짜지 않고 맛있었다. 가격도 바가지 없이 메뉴판 그대로 총 40유로 정도였고 양도 많았다. 다음 예약 손님이 있어서 예약을 하지 않고 간 우리는 좀 서둘러 먹긴 했는데 사장님이 천천히 먹어도 된다고 배려해 주시고 음식 맛이 괜찮은지도 여러 번 체크해 주셨다. 관광지 답지 않은 친절함이라서 감동이었다. 한국인에게 유명한 맛집인 옆집보다 구글 평점 높은 이곳이 훨씬 나은 것 같다.
이탈리아에서 젤라또는 필수이기에 지나가다가 사람이 많은 SUSO에 들어가 봤다. 스페셜이랑 레귤러랑 0.3유로 차이가 나는데 크기는 같고 맛에 따라서 금액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난 어차피 레몬맛이 먹고 싶어서 레귤러(2.2유로)로 시켰다. 맛은 한 가지만 고를 수 있다. 당연히 맛있었지만 비교하자면 로마의 지올리띠가 더 맛있긴 했다. 구경하면서 지나가다 들러서 하나 사 먹을만하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이자 괴테, 카사노바 등 유명인들도 사랑했다는 산 마르코광장의 카페 플로리안은 그 유명세가 대단하니 한 번 가볼 만한 것 같다. 하지만 피렌체의 질리처럼 맛으로 다시 찾아가고 싶을 정도는 아니다. 가더라도 무난한 핫초코나 카푸치노라면 크게 실망하지 않을 것 같은데 분위기에 취해서 도전한답시고 콘파냐와 같은 메뉴를 시키려는 사람이 있다면 강력하게 말리고 싶다. 이탈리아에서 마신 커피 중 가장 비싸고 가장 맛없었다. 밍밍하고 느끼한 무맛이랄까... 돈 아까웠지만 좀 남겼다. 바깥에 연주하고 분위기가 좋으면 모르겠는데 내가 갔을 때는 공사 중이었고 내부에는 한국인 관광객이 엄청 많아서 이탈리아 현지의 분위기를 느끼기도 어려웠다. 아무래도 위치가 너무 좋고 오래된 만큼 명성이 이어져서 맛이 아닌 다른 것으로도 충분히 장사를 할 수 있는 곳 같다. 한 번쯤 구경할 만은 하다.
베네치아는 가자마자 관광지라는 느낌이 확 드는 곳이다. 현지의 자연스러움이나 소도시를 좋아하면 취향이 아닐 수도 있는데 비교적 비수기인 겨울에 가면 좀 덜 북적이게 즐기고 올 수 있는 것 같다. 음식이나 디저트 등이 다른 도시에 비해서 더 낫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구글 평점 높은 곳 위주로 다니다 보면 무난하게 잘 여행하고 갈 수 있는 아름다운 물의 도시이다.